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♡♥♡저며오는가슴아

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

by 雲心 2012. 6. 9.

 

 

 

 

 

 

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            기형도


가라, 어느덧 황혼이다
살아 있음도 살아 있지 않음도 이제는 용서할 때
구름이여, 지우다 만 어느 창백한 생애여


서럽지 않구나 어차피 우린
잠시 늦게 타다 푸시시 꺼질
몇 점 노을이었다


이제는 남은 햇빛 두어 폭마저
밤의 굵은 타래에 참혹히 감겨들고
곧 어둠 뒤편에선 스산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


우리는 그리고 차가운 풀섶 위에
맑은 눈물 몇 잎을 뿌리면서 낙하하리라


그래도 바람은 불고 어둠 속에서
밤이슬 몇 알을 낚고 있는 흰 꽃들의 흔들림!


가라, 구름이여,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해
이제는 어둠 속에서 빈 몸으로 일어서야 할 때

그 후에 별이 지고 세상에 새벽이 뜨면
아아,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,

우리는
서로 등을 떠밀며 피어오르는 맑은 안개더미 속에 있다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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